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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2013/08/01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출근 시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환승한다. 환승 태그 시스템이 도입 된 지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난 아직도 하차 태그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지하철로 환승하면서, 평상 시 처럼 ‘환승입니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 계기판을 보면 삑 소리와 함께 액정표시기에는 1050원(2013년5월 현재 지하철 기본요금)이 찍혀있다.


이렇게 자주 하는 일에서도 실수가 따르는 법이다. 설마 하차 태그를 하는 것을 몰라서 안 하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에서의 실수는 많은 잔상을 남긴다.그래서 실수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면 오랜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니 어쩌면 평생 동안 노력해야 할지도 모른다. 실수를 했던 사람이 몇 년 만에 같은 실수를 할 경우 ‘지난 번에도 저랬자나’ 같은 식으로 평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는 실수를 더 이상 실수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서운 일이다.


자신의 삶의 태도에 자신이 있어서인가? 미셀 드 몽테뉴의 수상록에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모두가 당신 욕을 하고 있습니다'하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대답했다. ‘내버려 두시오. 나는 그들이 이윽고 그 말을 뒤집도록 살 것이오!’-수상록(몽테뉴)


단편적인 내용 만 보고 실수인지 아닌 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슈에 민감하다. 실수가 이슈가 된 후 부터는 진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슈로 인한 많은 말이 쏟아져 나오며 그 과정 중에 사회적인 삶은 무너지기 때문이다.


몽테뉴가 살던 시기와 다른 점은 매체의 발달로 인하여 이슈는 순식간에 퍼져 나간다. 사실을 인식할 이유도 시간도 필요하지 않은 듯하다. 이렇게 퍼져나간 말을 수많은 가시로 변하여 한 사람을 후벼 판다.


실수를 평가하는 잣대는 주관적인 경우가 많다. 많은 철학자들이 ‘도덕적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쉽게 내리지 못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행동을 한다면 무조건 나쁘다고 판단해버리기 쉽다. 물론 인간의 망각으로 인하여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이슈는 천천히 잊혀간다. 특히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들의 경우는 더욱 쉽게 잊혀진다. 그러나 나의 주변 사람들은 쉽게 잊지 못한다. 특히 자신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평생 동안 잊지 못할 수도 있다. 실수를 범한 당사자가 절망하는 이유가 이러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중에게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정치인, 연예인, 기업인 등)은 더욱 상처 받기 쉽다.


사람들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자신의 실수는 감추려고 하고, 타인의 실수는 덮어주지 못한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타인의 실수를 덮어주는 것에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실수가 본의 아니게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피해를 받은 사람이 실수를 덮어주려면 가장 커다란 사랑이라고 말하는 용서가 필요하다.


유병천.